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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의 정체감 위기와 정체감 형성
청소년기의 정체감 위기
Erikson(1968)에 따르면, 자아 정체감의 형성은 청소년기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도 청소년기에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감 형성이 왜 청소년기에 와서 문제시 되는가? 이것은 청소년기에 들면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그들의 정체감 위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서봉연, 1988).
첫째, 청소년기에 들면서 내적 충동의 질적·양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사춘기의 시작과 더불어 신체발달과 성적 성숙의 급격한 발달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양적 변화와 함께 신체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양적인 변화는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부분 이지만 질적인 변화는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전까지 비교적 온화하게 유지되어온 원욕(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 간의 심리적 역동의 균형이 성적 성숙으로 말미암아 깨어지게 되면서, 이들의 자아는 원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심리적 역동을 조절하고 통합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욕의 성적 충동으로부터 자아를 방어하고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아의 힘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자아의
역동적 구조를 통합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자아의 힘이 부족하고, 자아구조를 통합할 능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정신적 갈등이 곧 정체감 위기를 초래한다.
둘째,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상충적인 사회적 요구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아이도, 성인도 아닌 이른바 주변인으로서의 존재적 특징 때문에 많은 양가적인 상황(ambivalent situation)에 처하게 된다. 가정에서 그들은 아직 미혼이며 경제적 독립이 성취되기 이전인 만큼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른들은 나이와 체구에 걸맞
는 독립된 행동과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역시 Erikson이 지적한 바와 같이, 성인으로서의 책임이 유보되고 있는 이른바 유예기(moratorium)인 만큼 사회문제에 대해 어떠한 관심이나 참여도 하지 않도록 보호되고 경계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과 책임을 갖도록 자극된다. 이와 같은 양가적인 요구에 빈번히 부딪
치게 되므로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자기 존재에 대한 회의감, 즉 정체감 위기를 겪게 된다.
청소년기의 정체감 위기
셋째, 자기 선택을 강요받는 것 또한 그들에게 정체감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진학을 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진학한다면 어떤 전공을 택할 것인가, 만일 취업을 한다면 어떤 직종을 택할 것인가 등의 선택적 상황을 매우 많이 경험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잠정적인 결정이든 최종적인 결정이든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들은
아직 완전한 성인은 아니지만, 이전 시기처럼 전적으로 부모나 혹은 다른 성인에 의지할 수만도 없다. 스스로의 선택에는 책임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삶의 방향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과 초조감을 가진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명쾌하고 신속하게 결정내릴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과 미숙함을 자각하고, 이를 보상하고자 일시적으로
강한 성취동기를 갖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그들에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와 같은 정체감 위기를 초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그들은 이전까지 느슨하게 생각해 왔던 자신의 존
재 가치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새로운 탐색 작업을 펴나가는 동시에 자기가 놓인 상황의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점검하게 된다.
넷째, 청소년기에 증대되는 인지능력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살펴보았듯이 청소년기는 인지능력에 있어서 이전 시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발달 양상을 보인다. 시간적 제한은 현재에 제한되지 않고 과거와 미래로 확장되는데, 이것은 그들의 사고가 현실적 구속을 벗어나 가능성의 세계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가능성에 근거한 사고에 있어서도 하나, 둘
정도의 제한된 가능성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조합적 사고).
이와같은 인지적 능력의 발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과정, 예컨데 자신의 위치, 역할, 가능성, 가치 및 이념 등을 검토하고 재규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 자아의 존재성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경험한다.
다섯째, 동일시 대상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심적 참조체계로서 간직해 왔던 이전의 동일시 대상들이 그 유용성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대상을 동일시하거나 이전 동일시 대상들을 새로운 참조체제로 통합하게 된다. 사람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좋아하거나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을 동일시하여 그들의 행동양식,
기호, 가치 등을 내면화 해가기 마련이지만, 청소년기가 되면서 좋아하는 인물이나 의미있는 대상이 크게 바뀌어짐으로서 정체감 위기를 경험하게되는 것이다.
아동기까지는 비교적 보호된 세계 속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인지능력과 시간적 조망이 한정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단안을 내려야 할 중요한 선택
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어떤 때는 개구장이가 될수도 있고, 어떤 때는 한 반의 책임있고 성실한 반장이 될수도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는 그러한 자유스러운 방종이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에게는 그들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너무 많고, 반드시 내려야 할 결정들 또한 많으므로 이 많은 충동과 요구들을 조화로운 전체
속으로 수렴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전의 동일시들과 현재의 동일시들을 일관된 참조체제 속에 통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이 그들에게 위기로 작용한다.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정체감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양극의 발달과업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차원으로의 통합, 즉 성실성(fiedelity)을 확립하는 것이다. 여기서 성실성이란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고,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으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편적인 인간 가치에 관여하게 됨을 뜻한다. 모든 인간을 보살피고, 존중
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윤리와 같은 것이다. Erikson은 정체감의 형성이 청소년기의 기간을 줄이고 성인기의 심리 사회적 과제를 준비하도록 만든다고 하였다. 반면 위기 해결의 실패는 계속적인 정체감 혼미로 나타난다.
정체감 혼미는 건망증을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이거나 이정표를 찾지 못한채 자기 탐색을 위해 끊임 없이 방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혼미 성격자는 과거나 미래에 대한 감각이 빈약하고, 근원이 약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이 결핍되어 있다(Sprinthal & Collins, 1995).
현대의 산업사회는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확고한 개인적 정체감을 성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의존성의 기간을 지나치게 확장함으로써 청소년들을 더 오랫동안 주변인적 지위에 묶어두고 있다. 청소년기의 연장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더 많은 특별교육과 훈련을 통해 정당화된다. 현대사회의 각종 제도와 법, 관습 등도 청소년들이 일관
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장애요인이 될 뿐이다. 결혼의 법적 연령이나 성인 책무성의 법적 연령, 자동차 운전면허 연령, 음주가능 연령, 군대지원 연령, 투표 연령 등이 국가에 따라, 심지어 남녀에 따라 다른 것은 청소년 들의 정체감 위기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기를 대표 하는 연령(예, 18세)만 하더라도 이 연령의 청소년이 전쟁에서 국가를 위
해 죽을만큼 충분히 성숙된 나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선거에서 투표를 할만큼은 충분한 나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 청소년은 과연 우리 사회의 책무성을 지닌 존재인가, 그렇지 않은가? 청소년 자신이 자신들의 위상을 생각할 때 이러한 혼란은 더욱 크고 심각할 것이다(Sprinthal &Collins,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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